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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커피, 너의 의미

by coffee_writer 2022. 3. 21.

칼디를 아십니까?

커피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는 많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도 정설로 여겨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칼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6세기경 아프리카 고원에서 염소를 치던 목동 칼디는 숲에서 흥분해 날뛰는 염소의 울음소리를 듣게 됩니다. 찾아가 보니 염소가 빨간 열매를 먹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칼디도 먹어보았더니 몸에서 기운이 솟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열매를 마을의 수도승에게 가져갔고, 그 열매를 먹은 수도승은 기운이 나고 졸음이 없어져 밤새 기도를 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 빨간 열매가 바로 커피 열매였던 것이지요. 그 후에 이슬람 수도승들이 기도할 때 잠을 쫓고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이야기인데요. 기록으로 보면 커피가 어떻게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음료였다는 것입니다.

커피하우스

이슬람 수도승들이 기도하기 위해서 마시기 시작했다는 커피는 15세기 이스탄불에 처음 생긴 커피하우스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이슬람 사람들은 커피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문학 철학 예술 등 다양한 토론을 하였고 때로는 정치나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의 장소로 사용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한때는 커피하우스가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커피하우스는 무역과 전쟁 등 다양한 경로로 16세기 유럽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유럽은 티하우스나 펍이 주로 있었는데 유럽으로 커피가 전해지자 이슬람과 마찬가지로 커피하우스에 모여 토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계의 위협을 느낀 양조업자들이 유럽의 교황청에 이교도의 음식인 악마의 음료가 유럽에 퍼지는 것을 막아달라고 항의를 할 정도였으니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커피를 마셔본 교황은 커피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커피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커피 세례 사건이라고 하는데 이 일 후로 유럽에 커피하우스는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지식인들이 모여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다양한 토론의 장이 되었으며 이는 유럽 근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온 것은 고종 때라고 전해지고 있으나 이것은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해방 이후부터 80년대까지는 다방문화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주로 명동이나 대학가에 있는 다방에서는 유럽 커피하우스처럼 문인들이나 예술가들 또 학생들이 모여 예술과 인생을 이야기하고 음악을 들으며 시대를 고민하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커피를 찾는 사람들

애증의 스타벅스

90년대 말 우리나라에 스타벅스가 들어오면서 커피시장의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처음 스타벅스가 들어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인스턴트커피를 이길 수 있는 커피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커피, 프림, 설탕은 2:2:2라는 그 시절 황금비율 공식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에스프레소를 이용한 커피는 인스턴트커피만큼이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빨리빨리 문화에도 제격이었으며, 메뉴와 사이즈도 다양해 많은 사람들이 다방에서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변화는 다방에 앉아 마시던 커피가 손에 들고 다니며 마실수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자판기 커피나 캔커피를 밖에서 마실 수 있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의 로고가 세겨진 컵을 들고 다니는 것은 또 하나의 패션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화려한 디저트 카페부터 24시 무인카페까지 생겨나며 한집 걸러 한집은 카페라고 할 만큼 우리나라의 커피시장은 거대해졌습니다.

소비에서 다시 사색으로

어느 순간 우리에게 커피는 또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신상 카페에 들러 인생 샷을 남기는 것이 카페를 찾는 목적이 되기도 하고, 그저 하루치 카페인을 채우는 수단이기도,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가는 곳이 되기도 합니다. 그 목적이 무엇이든 이제 우리의 하루에서 커피를 빼는 일은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커피 농가에는 그 이윤이 미치치 못해 가난하며,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으로 넘쳐나는 쓰레기와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문제 또한 오늘날 거대해진 커피시장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처음 수도승들의 정신을 깨우던 커피가, 또 문화와 예술과 시대의 발전을 고민했던 커피하우스가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도 한잔의 커피를 위해 정성스럽게 커피를 키우고 만들고 소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노력들이 헛되지 않도록 단순히 쓰고 버리는 소비재로써의 커피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을 깨우고 지친 몸과 마음에 기운을 주며 현재를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작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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